진시황의 알약
특이점을 기다리는 사람은 무엇을 놓치는가
불사약이 그를 죽였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순행길에서 죽었다. 마흔아홉이었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이 남자의 말년은 죽지 않는 약을 찾는 일에 바쳐졌다. 서복이라는 방사에게 수천 명을 딸려 보내 바다 건너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고, 서복은 돌아오지 않았다. 궁정의 연금술사들은 대신 단약을 지어 올렸다. 수은으로 만든 약이었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로 반짝이는, 죽지 않을 것처럼 생긴 금속이다. 황제는 그것을 영생의 묘약으로 꾸준히 복용했다.
사인은 기록되지 않았지만, 역사가들은 수은 중독이었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사마천은 황제의 무덤에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흐르게 했다고 적었고, 실제로 여산의 능 주변 토양에서는 지금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은 농도가 검출된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의 구조는 이렇다. 한 사람이 미래의 불사를 위해 매일 먹은 것이, 그의 현재를 끝냈다.
이천이백 년 뒤, 한 미래학자가 매일 알약을 먹는다.
2045년을 기다리는 사람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는 단순하고 강력한 논리 위에 서 있다. 기술 발전은 직선이 아니라 지수 곡선을 그린다. 지수 곡선은 어느 지점부터 수직에 가깝게 치솟는다. 그 폭발의 지점,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고 변화가 인간의 이해 속도를 초과하는 순간을 그는 특이점이라 부르고, 2045년으로 못 박았다.
그리고 그는 그날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커즈와일은 공저자와 함께 쓴 건강서에 자신의 계획을 담았는데, 책의 부제가 모든 것을 요약한다. "영원히 살 수 있을 때까지만, 살아 있어라(Live Long Enough to Live Forever)." 지금의 보충제와 식이요법으로 버티는 것이 첫 번째 다리, 곧 도래할 생명공학이 두 번째 다리, 나노봇이 몸속을 순찰하는 시대가 세 번째 다리다. 다리에서 다리로 건너가기 위해 그는 스스로 밝힌 바, 한때 하루 이백오십 알의 알약을 먹었다. 지금은 줄었지만 그래도 수십 종을 먹는다. 진시황의 단약과 커즈와일의 알약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미래의 영생을 위해 현재를 복용이라는 의례로 채운다는 점에서 둘은 같은 자세로 서 있다.
지금 AI의 도약은 이 오래된 이야기에 새 연료를 부었다. 커즈와일이 다시 인용되고, 특이점이라는 말이 뉴스에 오르내린다. 곡선은 정말로 치솟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이 글은 그 곡선을 비웃는 글이 아니다. 곡선을 믿는 사람의 자세에 관한 글이다.
모든 지수 곡선은 S자의 앞부분이다
먼저 기술적인 이야기를 정직하게 하자.
자연계에 끝까지 가는 지수 곡선은 없다. 세균은 접시 위에서 기하급수로 불어나지만, 양분이 다하면 곡선은 꺾여 눕는다. 폭발적 성장은 언제나 어떤 한계에 부딪혀 완만해지고, 그래서 실제 세계의 성장 곡선은 지수가 아니라 S자다. 문제는 S자 곡선의 앞부분이 지수 곡선과 구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치솟는 구간 한가운데에서는, 이것이 영원한 폭발인지 곧 꺾일 S자인지 그래프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반도체가 좋은 예다. 무어의 법칙은 반세기를 버텼지만, 트랜지스터가 원자 크기에 다가서면서 미세화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늦어졌다. 커즈와일의 답은 준비되어 있다. 하나의 패러다임이 꺾이면 새 패러다임이 바통을 이어받아, S자들의 이어달리기가 거시적으로는 매끈한 지수를 만든다는 것이다.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집적회로로 이어졌듯이.
지나온 구간에 대해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다음 주자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보장은 과거 기록의 연장선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므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는 관측이 아니라 믿음의 문법이다. 날짜까지 박힌 믿음이라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커즈와일은 2024년의 속편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 이십 년치의 새 증거와 반론을 검토하고도 두 연도, 2029와 2045를 한 해도 옮기지 않았다. 이십 년 동안 어떤 데이터가 들어와도 움직이지 않는 날짜는 가설이라기보다 교리에 가깝다. 그리고 날짜가 박히는 순간, 이 이야기는 과학에서 다른 장르로 넘어간다.
너드들의 휴거
구조를 보자. 정해진 날이 있다(2045년). 그날에 낡은 세계가 끝나고 새 질서가 온다(지능 폭발). 그날 이후 고통과 죽음이 사라진다(질병의 정복, 수명 탈출). 그날을 맞이하기 위한 일상의 계율이 있다(수십 개 알약). 어디서 많이 본 구조다. 특이점론이 오래전부터 너드들의 휴거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것은 조롱이라기보다 정확한 분류에 가깝다.
종말론의 문제는 예언이 틀린다는 데 있지 않다. 예언은 틀릴 수도 맞을 수도 있다. 문제는 종말론이 신자의 시간을 재편성한다는 데 있다. 정해진 미래가 유일하게 중요한 사건이 되는 순간, 현재는 고유한 값을 잃고 그날까지의 대기 시간이 된다. 오늘 하는 모든 일의 의미가 그날에 저당잡힌다.
그리고 이 재편성은 지금, 예언을 믿는 개인들의 삶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AGI가 오면 다 해결될 텐데 지금 이 공부가 무슨 의미냐고 묻는 학생이 있다. 어차피 몇 년 뒤면 세상이 뒤집힐 텐데 경력을 쌓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개발자가 있다. 특이점 이후를 보기 위해 지금을 최소한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예언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기다림이 이미 이들의 현재를 잡아먹고 있다. 진시황을 죽인 것이 불로초의 부재가 아니라 불사약의 복용이었듯이.
도착하지 않는 시제
여기에 이 시리즈의 앞선 글들이 겹쳐진다.
두 번째 글에서 나는 신호가 관통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은 하루, 처리는 했는데 겪지는 못한 날들에 대해 썼다. 기다림의 자세는 정확히 그런 하루를 양산한다. 시선이 2045년에 고정된 사람에게 오늘은 겪을 대상이 아니라 통과할 구간이다. 세 번째 글에서는 반복하는 것이 배선이 된다고 썼다. 그렇다면 유예를 반복하는 사람의 뇌에는 유예가 새겨진다. 그날이 정말 와도, 그는 그날마저 그다음 날을 위해 유예할 것이다. 기다림은 목적지가 아니라 습관이 되기 때문이다.
커즈와일 개인에게는 이것이 아마 사실이 아닐 것이다. 공정하게 말하면 그는 유예하는 사람이 아니다. 발명하고, 쓰고, 일한다. 장수 연구는 진지한 과학이고, 건강을 돌보는 일은 예언과 무관하게 합리적이다. 문제는 예언자가 아니라 예언의 소비자들에게 생긴다. 커즈와일은 특이점을 기다리며 산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일하며 살았지만, 예언을 소비하는 쪽에는 일은 빠지고 기다림만 남기 쉽다. 종교에서도 늘 그랬다. 교주보다 신도가 재산을 판다.
오늘은 반드시 온다
나는 특이점이 올지 안 올지 모른다. 저 곡선이 S자로 눕는 순간을 볼지, 정말로 수직의 벽을 볼지 모른다. 이 글은 예측에 반대하는 글이 아니다. 미래를 그리는 일은 인간이 하는 가장 아름다운 일 중 하나다.
다만 진시황의 이야기가 남기는 교훈은 예측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는 미래를 잘못 예측해서 죽은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재를 복용하다 죽었다. 어떤 미래를 믿든, 그 믿음이 오늘을 대기실로 만드는 순간 우리는 같은 단약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특이점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오늘은 반드시 온다. 매일 온다. 그리고 두 번째 글의 문장을 다시 쓰자면, 온 것을 겪은 것으로 만드는 일은 아무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그날이 와서 모든 것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과, 오늘이 와서 무언가를 겪는 것. 인생은 결국 이 둘의 비율일 것이다. 나는 비율을 후자 쪽으로 옮기는 중이다. 특이점보다 확실한 마감이 나에게는 매일 있다.
진시황의 수은 단약과 능의 수은 강은 사마천 『사기』 진시황본기의 기록이며, 능 주변의 고농도 수은은 현대 토양 조사로 확인됐다. 커즈와일의 알약 개수와 세 개의 다리 전략은 그의 건강서에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참고문헌
- Kurzweil, R. (2005). The Singularity Is Near. Viking. (한국어판: 『특이점이 온다』, 김영사) — 수확 가속의 법칙과 2045년 특이점 예측의 원전.
- Kurzweil, R., & Grossman, T. (2004). Fantastic Voyage: Live Long Enough to Live Forever. Rodale. — 세 개의 다리 전략과 보충제 요법이 담긴 건강서.
- 사마천. 『사기(史記)』 「진시황본기」. — 불로초 탐사와 수은의 강에 대한 기록.
- Modis, T. (2006). "The Singularity Myth."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73(2). — 성장 곡선은 지수가 아니라 S자 로지스틱이라는 관점에서 특이점론을 비판한 논문.
- Kurzweil, R. (2024). The Singularity Is Nearer. Viking. (한국어판: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20년 뒤 저자 자신의 업데이트. 예측 연도는 그대로다.